<전주의 味를 탐하다> 전주인이 사랑한 오래된 맛집

팔도 유랑기 2014.04.18 10:00

새잎이 돋아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일렁거리는 계절이다.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 해서 무작정 배낭을 들쳐 매고 떠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그곳은 가장 한국적인 먹을거리가 많다는 전주. 이맘때쯤 전주는 국제영화제, 한지문화축제 등 오감이 만족되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식도락을 빼놓을 수 없는데, 여행 내내 어떤 것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고 만다. 하루에 세 끼 이상 먹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다. 이제부터 전주 사람들이 인정한 맛집을 알려줄 테니 허리띠를 풀고 전주로 떠날 준비를 하자.

 

 

 

 

비빔밥을 세계에 알리다, 한국집(1952년)

전주하면 으레 비빔밥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비빔밥은 눈과 혀를 사로잡는 화려함과 맛으로 전주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에 비빔밥은 그저 남은 음식을 섞어서 먹는 음식에 지나지 않았지만, 꽃에 비유해 화반(花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위상을 높인 것이 바로 한국집이다. 귀한 재료를 비빔밥에 사용해서 밥 한 그릇을 품격 있게 만들었다. 그 공로는 외국판 맛집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에 실릴 정도다.

이곳의 특징은 양지머리를 고아낸 물로 밥을 짓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밥에서 단맛과 구수한 맛이 나고, 밥알이 서로 달라붙지 않아서 비빌 때 뭉개지지 않는다. 각기 다른 재료가 고유의 맛을 잃지 않은 채 놋그릇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놋그릇에 담아낸 비빔밥은 영양소의 파괴를 막아주고, 채소의 아삭한 맛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은 고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계란, 묵, 육회, 은행, 잣 등의 재료로 청, 적, 황, 백, 흑의 오방색을 표현했으며, 영양소와 음과 양의 균형까지 고려했다. 고명은 계절별로 조금씩 다르다. 봄에는 제철 나물과 황포묵을 얹어서 계절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비빔밥의 맛을 위해서 한국집이 고집스럽게 지켜온 것이 있다. 바로 비빔밥의 히로인 격인 장이다. 장에 넣는 소금은 수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이고, 장을 담글 때도 씨간장을 이용해서 맛을 유지한다고 한다. 정성이 들어간 옛 방식 그대로를 유지한 덕분에 지금의 비빔밥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찾아가는 법: 충경로 사거리에서 경기전 방향으로 직진. SK셀프전주주유소 안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바로 보인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어진길 119

문의: 063-284-2224

 

 

 

콩나물국밥 300그릇에 담긴 정성, 삼백집(1945년)

예로부터 전주는 물이 맑고 기후가 좋아서 콩나물이 잘 자랐다. 어쩌면 전주에 콩나물국밥이 자리 잡은 것은 운명일지도. 콩나물국밥은 오랫동안 전주인들의 든든한 한 끼 식사로, 해장국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런 콩나물국밥의 원조가 삼백집이다. 간판도 이름도 없는 5평 남짓한 낡은 가게가 전주의 명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국밥에 담긴 정성 때문이었다. 삼백집은 아무리 많은 손님이 와도 콩나물국밥 300그릇 이상은 팔지 않았다. 다 팔리면 오전이라도 문을 닫아서 삼백집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욕쟁이 할머니집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는데, 손님들에게 구수한 욕을 하면서 국밥을 내놓기도 했단다. 그 욕은 대통령이라도 피해갈 수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호원 없이 이곳을 몰래 방문했는데 “옜다, 계란 하나 더 처묵어라”라고 욕을 한 일화도 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지만, 막상 방문하면 밥상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굳이 말하자면 오직 콩나물국밥으로만 승부한다. 삼백집은 대다수 국밥집이 하는 미리 끓인 콩나물국에 밥을 넣어서 나오는 방식이 아니다. 식은 밥을 말은 콩나물국에 양념을 더하고 그 위에 날달걀을 얹어서 끓여낸 후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그래서 조금 더 걸쭉한데 텁텁할 것 같지만, 국물은 의외로 시원하고 깔끔하다. 맛의 비밀은 북어, 멸치, 다시마 등 20여 종의 재료를 넣고 밤새 끓인 육수에 있다. 국밥에 들어가는 콩나물 또한 유난히 아삭거리고 통통해서 맛을 돋운다. 취향에 따라 장조림, 새우젓, 김, 달걀을 더 넣거나 큼직한 묵은지와 함께 먹으면 국밥이 배로 맛있어진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더 맛있게 즐기려면 모주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어머니의 술이라고 부르는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계피 등 8가지 한약재를 넣고 푹 끓인 것이다. 맛이 부드럽고, 술기가 없어서 국밥과 잘 어울린다. 모주는 해장술로도 불리는데, 전주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면 막걸리 골목과 가맥(가게맥주)으로 저녁을 보내고 다음 날 콩나물국밥으로 속을 달래는 것은 어떨까. 지금은 24시간 문을 여니 문 닫을 걱정 없이 방문해도 좋다.

 

찾아가는 법: 충경로 사거리에서 충경로를 따라서 직진. 복권판매점이 보이면 전주객사2길을 따라서 우회전한다. 약 100m가량 더 가면 보인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2길 22

문의: 063-284-2227

 

* 하룻밤 머물 곳을 찾지 못했다면?

전주에는 호텔이 몇 개 없다. 대신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전주역 인근에 깨끗한 관광호텔과 모텔이 많다. 한옥마을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니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전주천에서 즐기는 오모가리탕, 한벽집(1945년)

전주 8경 중 하나인 한벽당 인근에는 울창한 숲 속에 오목대가, 바로 옆에는 전주천이 흐른다. 옛날 이곳에는 민물고기가 넘쳐났다고 하는데,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전주천을 따라서 오모가리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모가리란 말은 뚝배기의 전주사투리다. 즉, 오모가리탕은 사람 수에 따라 크고 작은 뚝배기에 쏘가리, 빠가사리(동자개), 메기, 피라미 등을 구별해 끓여낸 매운탕인 셈이다. 오모가리탕은 넣는 민물고기에 따라 가격과 맛이 차이가 난다. 특히 민물고기의 왕이라고 칭하는 쏘가리는 육질이 단단하고 맛있지만 쉽게 먹을 수 없어서 인기가 좋다. 그렇다고 다른 민물고기가 맛없는 건 아니다.

오모가리탕은 민물고기와 채소, 양념이 한데 어우러져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 때문에 숟가락질을 부른다. 국물맛이 독특한데 걸쭉한 듯 구수하고, 뒷맛은 시원하다. 국물 맛의 비결은 민물새우라고 한다. 그리고 된장과 고추장으로 무친 후 푹 끓여서 내오는 시래기가 밥도둑이 따로 없다. 식후에는 구수한 숭늉과 바싹 말린 누룽지가 입가심으로 나온다.

오모가리탕은 버드나무가 우거진 앞뜰 평상에서 먹어야 정취를 더할 수 있다. 탁 트인 하늘이 눈앞에 펼쳐지고, 맑게 흐르는 전주천에서 상쾌한 강바람이 불어오니 낙원이 따로 없다. 풍류를 모르는 사람도 오모가리탕에 술 한 잔 하면 ‘아!’ 하고 소리를 내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찾아가는 법: 전주천을 따라서 한벽교 삼거리까지 간다. 한벽당 방면으로 꺾은 후 맞은편에 보이는 굴다리를 따라 이동하면 보인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4

문의: 063-284-2736

 

 

<특급 여행정보> 당신이 놓쳐서는 안 될 길거리 음식

 

 

칼국수

성심여고 뒤편에 자리 잡은 분식집에서 파는 이 칼국수는 전주인들이 학창시절부터 오랜 시간 먹어온 추억의 음식이다. 양은 매우 푸짐한데, 계란을 풀어낸 국물에 들깻가루, 고춧가루, 김이 얹어져 나온다.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맛이다. 한옥마을을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서 주말엔 늘 줄을 서야 한다.

 

 

수제 초코파이

전국 3대 빵집이라고 일컬어지는 풍년제과에서 파는 수제 초코파이는 시중에서 파는 초코파이의 원조다.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릿 빵 가운데에 부드러운 크림과 딸기잼이 발라져 있다. 특히 단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력추천한다. 바삭한 전병과 카스텔라도 인기 메뉴.

 

 

꽈배기

영화의 거리에 위치한 옛날식 꽈배기 전문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전주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한두 곳이었던 꽈배기 가게가 점차 늘어나 지금은 번화가를 가면 손쉽게 맛볼 수 있다. 맛은 대개 비슷한데, 즉석에서 바로 튀겨내 고소하고 기름기 없이 담백한 맛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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